성(性)춘향뎐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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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싹한 연애>
 
지금은 두 살 어린 아는 동생에게 탕수육과 소주를 얻어먹으며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있지만 고등학생 때까지는 참 순수했다. 초등학교 때는 뭐 다들 좋아하는 애를 괴롭히거나 하는데 나는 손에 자수정 목걸이를 쥐어주고 도망쳤었나, 했던 것 같다.
 
남중 남고 시절은 더 심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친해진 놈들과 많으면 열댓 명이서 적으면 셋이서 항상 모여 다녔는데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집에 사는 친구 집에 항상 별 말도 안 되고 요상한 음식들을 탈이 날 때까지 먹는 게 일상이었다.
 
근데 하루는 집주인 녀석과 친구한 놈이 작은 모니터를 보며 키득거리는데 다가가 봤더니 살색 그림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내 생의 처음 접한 음란물이 ‘야애니’ 였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쿵쾅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렇게 고등학생까지 돼서는 딸딸이도 조금씩 잡고, 학원이나 통학 길에 보이는 여자애들의 다리나 가슴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남고 애들이 흔히 떠드는 ‘강간, 사정’ 섹스를 ‘따 먹는다.’ 라는 말이 조금 불편했다.
 
그러던 중, 우리담임 문학 선생을 겸하고 있는 우리 담임이 춘향뎐이라는 영화를 감상용으로 틀어줬다. 수업 대신 영화를 본다는 생각에 개꿀이라고만 생각했다.
 
여자 배우는 잘 모르겠고, 어린 시절의 조승우가 나오는 영화였는데. 이미 많이 뜬 상태라 반 전체가 한눈에 알아봤다.
 
나머지는 흔히 알고 본 춘향전과 그리 다르지 않았는데. 이 영화가 고마운 게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배드신이 적나라하게 있다. 심지어 여자의 유두도 노출됐던 것 같다.
 
남자들이 주변에 득실대서 고추가 서진 않았는데, 간질간질한 느낌이 참을 수가 없었다.
 
“고3 새끼들아. 어디 딴 데 새지 말고 일 년이라도 본분 좀 충실허자.”
 
담임의 말을 끝으로 우린 답답한 학교 밖으로 달려 나갔다.
 
먼 동네에 유령성이라는 PC방이 있었다. 요즘과는 달리 한 시간에 천원인 피시방이 많았고, 우린 한 시간 반에 천원을 하는 곧을 멀리서 찾아냈다. 무엇보다 알바 누나가 예뻤다.
 
우린 슬리퍼를 신은 채로 달려서 유령성에 도착했다. 빵빵하게 틀어진 에어컨에 달려가서 바람을 만끽하고 자리에 착석하는 친구 놈들과 달리 나는 더 빵빵한 누나를 보기위해 카운터를 기웃거렸다.
 
“누나!”
 
“으응~ 왔어?”
 
멀리서 돌아나오는 누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또 누나는 받아 주었다.
 
검고 긴 생머리에 조금 짙은 눈 화장, 얇은 카디건에 꽃무늬 원피스 그리고 오동통한 다리를 감싸는 스타킹이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또 고추가 간질간질 했다.
 
“자, 잘 지내셨어요?”
 
그러나 지금과는 달리 고자 같은 말주변과 스킬이 못내 아쉬운 나였다.
 
“아름 씨 아이스티~!”
 
“네~ 가요!”
 
누나는 담배냄새 찌든 대머리 아저씨들에게 불려서 “재밌게 놀아!”라는 무심한 인사를 끝으로 홀연히 멀어졌다.
 
그렇게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집에 가서 최대한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유령성으로 향했다.
 
“누나 저 왔어요. 이거........”
 
당시 나는 기특하게도 그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려고 인터넷에서 글로 썸타는 법을 배워서는 실행에 옮겼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음료를 열 번인가 내밀고 친해지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를 아홉 번짼가 내밀었다.
 
“야 매번 고맙다 학생이 돈도 없을텐데.”
 
“누나 오늘은 남자친구 와요?”
 
누나는 피시방 사장 조카인 26살 형과 사귀고 있었다.
 
“으응. 아니 헤어졌어.”
 
“아.......”
 
쓸쓸한 미소를 짓는 누나의 표정을 보니 기쁨을 제쳐두고 순수하게 진심으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왜 꼬마가 데려다 주려고?”
 
누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조그만 가방을 뒤적였다.
 
“아, 네!”
 
“집은 됐고, 요즘 고딩도 술 잘 먹어?”
 
“네? 술이요?”
그렇게 내 인생 처음으로 소주를 마셨다.
 
둘 다 말이 없어서 일까, 반짝이는 긴장감과 알 수 없는 감정을 빚으며 쓰디쓴 첫술을 누나의 속도에 맞춰 계속해서 들이켰다.
 
붙잡기 힘든 정신을 머릴 흔들며 다잡아야 하는 순간이 오자 누나는 빙그레 웃었다.
 
“사내새끼가 재미없기는.......”
 
이 말을 끝으로 누나는 취기 하나 없는 얼굴로 일어섰다. 나는 조용히 누나가 계산을 하는 것을 보고 밖으로 따라갔다.
 
“택시비는 있지?”
 
라며 누나는 조금 사나운 얼굴로 물었다.
 
그러나 도로 쪽으로 몇 걸음을 가더니 누나는 풀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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